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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사전에서 혹시나,만약에 라는 단어를 지우면 작성일 : 16.12.14(수)
written by Editor 윤혜은photo by 이현석 hit:1510
만나고픈 사람

 

김 은 덕 & 백 종 민 작 가

삶이라는 사전에서 혹시나,만약에 라는 단어를 지우면

올해를 장식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는 ‘심플 라이프’가 아닐까. 최근 1~2년 사이 이른 바 ‘미니멀라이즘 라이프’

바람이 고요하지만, 꾸준하게 불어오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 로 한 해 동안 <심플하게 산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와 같은 외국서적들을 서점 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사례는 좀처럼 만나기 어 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어디까지 버릴 수 있을까?’

또 ‘무엇을 버려야 할까?’와 동시에 ‘미 니멀 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 반복되는 가운데 마침내 일찍이 ‘없어도 괜찮은’ 삶을 살아온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Written by 윤혜은 Photo by 이현석  

 

  

 

 

Prologue
김은덕, 백종민 작가는 결혼한 지 5년차에 접어든 한 살 터울 의 부부다. 결혼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던 때,

이 부부는 2년 동안 한 달에 한 도시씩 머물며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와 어떻 게 하면 서울 땅에서 소비를 줄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실험해 보기 시작했다.

종민 여행에서 돌아온 지도 벌써 1년 9개월이나 되었네요. 여 행을 떠났을 무렵이 서른 초반인데,

남들은 한창 돈을 벌고 사 회적으로 자신만의 무언가 만들어갈 시기잖아요?

반면 그때의 저희는 우리가 잘하고, 또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만을 해보자 라는 욕구가 강했어요.

은덕 25개월 동안 기내용 캐리어 2개에 의지해 살았던 경험이 서울로 돌아와 저희의 새로운 삶을 정립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여름과 가을 계절 위주의 나라를 여행한 덕도 있지 만 정말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가벼운 삶에 적응하는 하나의 테스트 같았죠. 서울에 계신 부모님 방에 넣어둔 짐을 보는데 숨이 턱 막히는 거예요.

아, 우리가 이 많은 것들을 이 고지고 살았구나. 그때부터 주변 정리가 시작됐죠.  

 

 

Episode 1. 여행, 그리고 지금 여기
그러나 이들이 ‘자, 그럼 오늘부터 미니멀 라이프 시작이야!’ 라 고 생각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은덕 씨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둘러싼 짐에 숨이 막혀 정리를 시작했을 뿐인데 그 사이 ‘미니 멀라이즘’과

같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가 되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결혼식도 그러했다.

오늘날이야 ‘스몰 웨딩’과 같은 대안결혼식이 유행이지만, 5년 전 그들이 결혼했 을 때만 해도

‘뭐 결혼이 그래?’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으니 말 이다. 언제라도 묵묵히 자신들의 삶을 그려나갈 것만 같은

이들 부부의 뚝심이 부러웠다. 종민 씨가 그 비결을 답해주었다. “우리 둘은 성격이 아주 달라요.

은덕 씨가 목표 지향적인 사 람이라 추진력이 굉장히 강하다면, 저는 그 목표까지 가는데에 가장 좋은 코스가

무엇인지 천천히 고민하며 가는 사람이 죠. 이런 부분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이유로 저희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시간이 없어요. 서로를 바라보며 맞 추고, 신경 쓰는 데만 해도 시간이 빠듯한 거예요.

그래서 온 전히 저희의 의견과 스타일이 담긴 결혼식, 여행, 생활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미 <한 달에 한 도시>라는 여행기로 독자들을 만난 바 있는 그들은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를 선언하면서

여행 이후의 이야 기를 쓰기 시작했다. 모든 여행자가 다시 제 삶으로 돌아와 여 행을 회상할 때,

그들은 여행 이후의 현실적인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렇게 본인들도 모르게(?) ‘미니멀라이즘’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된 <없어도 괜찮아>가 탄생했다. 둘은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떠올렸을 때 인테리어의

변화에만 집중되고 또 거기에 머물러버리는 경향에 안타까워했다.  

 

  

 

 

“조금 어리둥절한 게, 미니멀 라이프라고 하면 벽지가 하얗고, 모던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집안을 차지하는

그림이 먼저 생각 나잖아요? 매체에서도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고요. 하지만 저희가 말하고 싶은 건

 ‘군더더기 없는 삶’이에요. 외형적인 이미지와는 무관하게 말이지요.”  

 

 

Episode 2. 우리가 버린 가치
두 부부는 웃음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홀가분하게 웃 는 그들의 웃음소리 뒤로 독립해 혼자 살고 있으면서도

옷장이 모자란 기자의 방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어색한 웃음이 지 어졌다.

문득 세간을 버리는 과정에서 그들이 끝내 버리지 못 한 것들이 궁금했다.

“여행 후 짐을 정리하는 데에만 보름 정도가 걸렸어요. 부모님 눈에는 아무래도 멀쩡한 걸 버리는 제가

이상해 보이기도 하셨겠죠. ‘언젠가 한 번은 쓸 데가 있을 텐데’라는 그 따가운 시 선을 견디고 정리해나갔어요.

종민 씨의 경우 마지막까지 버리 기를 고민했던 물건은 책이에요.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안 읽 은 책은 앞으로도

읽을 일이 없다’라고 못을 박았죠(웃음). 그 래도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세계문학전집 100권과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중 요한 가르침을 준 20권만 남기기로 합의를 봤어요.

앞으로는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기로 하고, 책을 선물 받거나 사게 되는 경우가 있어도 바로 읽고 지인들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룰을 정했어요. 반면 저는 옷을 버리는 데에 고민이 많았어요.

소싯적에 가장 큰 방을 옷 방으로 쓸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심지어 마 음에 들면 같은 디자인의 옷을

색깔별로 쟁이는 ‘물욕의 화신’이었거든요. 그 런데 지금은 행거 하나에 위쪽은 종민 씨 옷,

아래는 제 옷의 전부가 걸려 있어요. 그 흔한 서랍장도 없고요, 두 사람의 4계절이 한 눈에 담긴답니다.

저는 지금 도 제 엑기스 옷들을 보면 기분이 참 좋 아요(웃음).”
종민 씨는 짐정리를 하면서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 쌓아둔’ 물 건들이 사실 1년에 한두 번 쓸까 말까한 것들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간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언젠가 이 사람하고 나와 관계가 이어지겠지 라는 작은 기대 때 문에 1년에 한 손에 꼽지도 못하는 모임을

참여하고, 휴대폰 속 번호를 지우지 못하는 거라고 말이다. 때마침 연말을 앞두고 벌써부터 크고 작은 모임의

스케줄을 정하느라 골머리를 앓던 터였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사람도 함께 정리했다는 그 말에 괜스레 가슴이 따끔거렸다.  

 

  

Episode 3. 우리가 되찾은 가치
개인적으로 <없어도 괜찮아>의 목차 중 ‘가치 없는 삶’에 대한 파트가 유독 인상 깊었다.

물리적으로 굳이 ‘가난한’ 삶을 선택 한 이 젊은 부부가 지키고자 하는 삶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또 가정을 꾸리면서 기존해 추구했던 가치 중 포기한 것은 무 엇인지 물었다. 은덕 씨는 주저 않고 ‘인간관계’를 꼽았다.

“저희는 이 목차를 통해서 부모님에 대한 효도, 일과 조직에 대 한 충성 등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는 사고가 전복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살면서 절대 저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 사실은 불필요하다는 게 많다는 걸 말이에요.

대표적으로는 ‘아이’예요. 우 리 두 사람의 인생계획에는 아이가 없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을 하면 응당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 이 있죠. 저희는 부부에게 무조건적으 로 아이를 가지라는 권유가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만 봐도 충 분한 준비 없이 사회적 통념에 따라 아 이를 낳고 보는 일이 사실은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확인할 수 있죠. 결국 본 인들의 행복을 헤치는 일이 되기 마련이고요. 저희는 아이를 낳을 때 얻을 수 있는

행복과 또 잃어야 하는 부분을 고 민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어요.” 결국 이들은 삶의 다양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정해진 틀 안에서 모두가 추구하는 가치를 나 또한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걸까 의문을 제기하면서 말이다.

종민 씨의 말마따나 ‘다름’과 ‘틀림’을 같은 의미로 쓰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그들에겐 얼마나 평화롭고 또 완전한 삶인지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여러 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우리 언제 한 번 밥 먹자’, ‘다 음에 한 번 봐야지’라는 말이 왜 필요한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약속을 정하면 될 텐데 말이에요. 무엇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관계들에 이토록 목을 매는 지에 대해 근원적인 고민을 했어요. 결국에는 나만 도태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수많은 모임에 참여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희 같은 경우는 2년 동안의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니 자연스레

주변인들의 관계가 정리되더라고요. 무형의 가치 중에서 삶 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을 곱씹으면서

기존의 삶을 교정해나 간 셈이죠.” 이 같은 삶을 구축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인간관계의 가장

최전방(?)에 위치한 가족이었다. 이들은 자녀는 부모로부 터 경제적인 독립을, 또 부모는 자녀로부터

정신적인 독립을 해 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부모자식간의 유대관계가 끈끈한 나라가 아닌가.

양가 부모님들의 심리적 독립을 이끌어내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들을 이해시키는 중이라고.

아무래도 부모님들의 눈에 는 자식 내외의 삶이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세상이리라.

“일단 부모님들은 저희가 회사에 다니 지 않는 것부터 염려가 되겠죠. 어떻게 먹고 살 건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9시부터 6시까지 특정 조직에 속해 제 시간과 영혼을 파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래서 지금은 전업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긴 하지만 때때로 아르바이트 겸 육체노동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도시근로자 수입의 50% 이하인 가정이지만 정작 저희는 부족함을 모 르고 살고 있어요(웃음).”
긴 여행에서 돌아온 후 마침내 삶의 민낯을 본 이들은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기 위해 이전의 세계로 향하는 문을

영영 닫아버렸다. 이로써 윤택한 삶과는 이별해야 했지만 대신 충분한 시간을 얻었다고 말했다.

알람 없이 사는 요즘, 잠이 고팠던 그들은 비로소 삶의 생기를 느끼고 있었다.

 

 

Epilogue
해가 바뀌면 이들의 미니멀 라이프도 3년차에 접어든다. 새해 를 앞두고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종민 저희 책을 읽은 독자들은 한 번쯤 고민했던 부분이지만 ‘이렇게까지는 못 살겠다’라고 말씀하세요(웃음).

저는 어디서 부터 이런 거부와 두려움이 밀려오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너무 진입장벽을 높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의 처음 마음가짐은 ‘내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써보겠다’였거든요. 이것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은덕 사실 때때로 수강생 미달로 저희의 강의가 폐강되거나 정부로부터의 지원이 불안정할 때는 타인의 선택에

우리 삶이 휘청이는 걸 경험하게 돼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가치 를 지킨다는 건 분명 힘든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삶을 선택한 이상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용기 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내 시간 을 어디에 집중시킬 것인가, 무엇에 집 중했을 때 내가 행복해질 것인가를 잊 지 말아야 하죠.

끝으로 기자는 그들의 새해 계획을 물 었다. 질문이 무색해지는 답변으로 마 지막 인사를 대신한다.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 반복되고 있는 데 이것을 한 시점에 맞춰 ‘리셋’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들어요.

매일매일 충실하게 내 삶을 살다 보면 그게 하나의 큰 줄기가 되고 결국 마지막에 내삶은 어떠했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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