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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만 가까운 수학의 세계 - 이광연 수학과 교수 작성일 : 07.15(토)
written by Editor 전민서 photo by 김미선 hit:305

만나고픈 사람


 

멀지만 가까운 수학의 세계
이광연 수학과 교수

 

수학 교과서에서 한 번 쯤 이런 문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놀이공원에 들어가는 여학생 5명과 남학생 5명이 두 명씩 서로 다르게 짝이 되는 경우의 수는?’ 이광연 교수는 이러한 수의 배열, 규칙과 관련된 피보나치수열을 연구한다. 한참 흥미를 느끼며 연구와 논문 집필에 집중하던 그는 ‘내가 쓴 논문을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고민에 빠졌고, 많은 학생들이 수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된 책은 기자도 초등학교 시절 즐겨 읽었던 수학자들의 재미있는 일화를 담은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이다. 이광연 교수는 지난 20년간, 그리고 지금도 수학의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것을 즐기고 많은 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중이다.
Written by 전민서 Photo by 김미선


 

요즘 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줄여서 ‘수포자’라고 한다. ‘수포자’라는 단어가 이토록 흔히 쓰이기까지 왜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났을까. 국어와 영어보다 어렵다는 인식이 그 첫 번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어든 영어든 어느 과목 하나 쉬운 공부가 있었던가. 이광연 교수는 무엇보다 학생들을 줄 세우기 쉬운 수학의 특성을 수포자 발생의 큰 원인으로 꼽았다. 수학과 우리, 과연 친해질 수 있을까?


이해력이 곧 수학 실력이다
수학은 연필이랑 종이, 그리고 사람 머리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이광연 교수가 말하는 수학이란 ‘머릿속에서 조작해 만들어 내는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눈에 보이는 공예품과 달리 수학은 보이지 않기에 더 아름답다고. 과연 수학을 싫어하는 이들도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왜 수학을 더 어려워하고, 다른 과목보다 빨리 포기해버리는 걸까.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첫번째는 수학을 너무 어렵게 가르친다는 겁니다. 중·고등학교 과정의 수학도 상상할 수 있는 길이 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상상할 기회를 애초에 뺏어버리니까 수학은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겁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면 다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그런 과정 없이 ‘시작은 이건데, 공식은 이거야’라고 가르치니까 중간이 비어버리는 거죠. 공식이 어떻게 해서 나온 건지 또 어디다가 써먹는지 알면 훨씬 재밌어질 거예요. 두 번째로는 모든 교육이 입시에 맞춰져 있으니 학생들이 재미를 느낄 겨를이 없다는 거죠. 초등학교부터 스펙을 쌓아 어느 중학교에 들어갈지 결정하고, 그게 대학교에 들어가는데 큰 도구가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변별력이 뛰어난 수학 특성상 학생들을 줄 세우기가 좋죠. 그러다 보니 학부모는 다른 아이보다 더 어려운 공부를 시키려고 하고, 아이들은 그 나이에 어울리는 이해력을 뛰어넘으라고 하니까 지치지 않겠어요? 기초를 닦기도 전에 더 높은걸 해야 하니까 점점 싫어질 수밖에요.”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인데반해 흥미도는 평균 이하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광연 교수의 말을 들으니 성적에 비해 흥미도가 낮은 이유를 알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여태껏 많은 문제를 푸는 것이 최고의 수학 공부법이라고 생각해왔다. 문제를 풀기에 앞서 수학에 흥미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물었다.
“수학은 사실 과목 자체가 어렵죠. 수학은 공식을 외운다고 해서 답을 쓸 수 있는 과목이 아니거든요. 생각을 깊게 하는 게 싫어서 어려운 건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저는 학생들에게 소설책이든 만화책이든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항상 얘기해요.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먼저 책을 읽어서 이해력을 키우면 수학에 접근이 쉬워지거든요. 대부분 학생들이 자습서에 나오는 요약만 봐요. 공식이 왜 나왔는지도 모르고 외우니까 적용을 못해요. 그런데 이해력을 높이면 매번 바뀌는 문제의 유형에도 대처할 수 있겠죠. 현재 중학생이라면 경험도 많이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력을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읽는 책은 꼭 수학에 관련된 책이 아니어도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하면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 이해력을 풍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독서전문가들은 중학교 1~2학년까지는 잘 때 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고 말한다. 부모가 책을 함께 읽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그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읽으면 좋다는 건 이미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PISA에서 우리나라랑 같이 엉뚱한 연구를 했어요. ‘집에 읽을 책이 몇 권이 있느냐’를 조사한 거죠. 25권, 50권, 100권, 책장 하나, 책장 두 개 이상 이렇게 다섯 단계로 나눴어요. 그리고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수학, 과학 성적을 조사했더니 1단계 아이가 400점이라면 5단계 아이는 100점 이상이 높았어요. 책이 바닥에 흐트러져 있거나 화장실에라도 있으면 어쨌든 한 줄이라도 읽게 되고, 그게 도움이 되는 거예요. 이 연구가 독서도 중요하고, 독서를 위한 기반 조성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거죠. 결국은 아이가 수학을 못한다면 부모의 책임이 70~80%는 있는 거예요. 수학 지식을 가르칠 수 없다고 해서 학원에 보내는 걸로 만족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것들
강연 때마다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수학을 잘 할 수 있을까요?’라고 한다. 부모의 마음만 앞서 아이를 다그치지는 않았는지, 아이가 어떤 공부를 할 때 재미있어 하는지부터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 할 수 있느냐’에 답은 없어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소질이 있는 평범한 수준은 되겠죠. 그러나 어느 분야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경우가 가장 잘하는 경우에요. 다들 아시겠지만 모두가 수학에 영재성이 있지는 않아요. 뛰어난 가수가 노력해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제가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데 지금부터 엄청 노력한다고 미술가가 될 수는 없거든요. 사실 어린아이들은 다 천재에요. 어떤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를 발견해야 되는데, 부모들은 우리 애가 천재라 모든 분야에 다 뛰어난 줄 알아요. 영어도 시키고 음악, 미술, 체육을 다 시키는 부모가 많은데 그게 바로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죠.”
그렇다면 수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모두 수학을 잘할까? 수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어떤 남다름을 갖추고 있는지 학생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교수로서의 의견을 물었다.
“학생 중에 자기가 수학을 엄청 잘한다며 풀리지 않은 리만 가설을 풀기 위해 왔다는 학생도 있었어요. 그런데 1, 2학년을 다니다보면 자기가 생각했던 수학이 아닌 것을 깨닫고 포기하는 학생도 있고. 반대로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문제를 풀어서 다 맞아 본 적 없는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보니까 생각하는 걸 즐기는 경우가 있어요. 알고 보니 자기 적성에 딱 맞고, 수학에 눈이 확 뜨이는 거죠.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스스로 눈이 뜨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녀의 수학 교육에서 부모가 가장 멀리해야 할 것은 조바심이다. 이를 안다고 해도 다른 아이들이 앞서나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급해지는 게 부모 마음일 테다. 이광연 교수는 모든 학생이 수학을 잘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손석희 앵커가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 수학을 싫어했대요. 그런데 지금은 성공했잖아요. 꼭 수학을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성공하는 건 아니거든요. 아이들마다 각자의 능력이 있어요. 아이가 수학에 소질이 없다면 빨리 인정하고 다른 길을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광연 교수의 수학 고민 상담소

 

이광연 교수에게 수학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 학습법을 들어보았다. 꾸준히 수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라면 그동안의 공부법을 스스로 돌아보자.

 


Q 수학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자기가 약한 부분을 메워야 돼요.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면 학원이나 과외를 할 수도 있고요. 실력이 어느 정도는 되는데 혼자 더 공부 하고 싶다면 시중에 파는 문제집 중에 자기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문제집을 사요. 맨 처음에는 연습장에 쭉 푸는 거예요. 채점을 해서 틀린 것들은 바로 답을 보지 말고, 다시 고민을 해봐요. 보통 틀린 문제들은 다시 생각해보면 알 수 있거든요. 그래도 모르는 문제는 풀이를 다 보지 말고 도입만 살짝 보고 어떻게 접근했는지 보고 넘어와야 돼요. 그렇게 해서 풀리면 됐고, 안 풀리면 답을 보고 풀어보는 거예요. 그래도 안 풀리는 문제들은 선생님이나 잘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봐야죠. 이렇게 한 번 풀었으면 이제 문제집에 직접 풀어요. 이 때 맞은 문제는 이제 건들이지 마세요. 그리고 틀린 문제는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하세요. 이렇게 해도 끝까지 못 푸는 문제가 있어요. 그건 그냥 놔둬야 돼요. 그러다가 시험 전날에는 틀린 문제만 한번 씩 다시 풀어보는 거예요. 찍어서 맞은 문제도 다시 풀지 마세요. 시험 보기 10분전에는 도저히 모르겠는 문제의 해답을 쫙 외워요. 그리고 시험지를 받자마자 유사한 문제가 잇는지 찾아서 자기가 외운 답을 써놓는 거죠. 다른 문제를 다 풀고 나서 그 문제를 다시 봤을 때 생각이 안 나면 할 수 없지만 그 답을 보고 떠오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누구나 하나의 문제집을 세 번 정도 풀면 분명 효과가 있어요. 그런데 하기 싫은 건 어쩔 수 없어요. 수학은 우선 끈기가 있어야 돼요. 동시에 가장 끈기가 필요하지 않은 과목이 또 수학이기도 해요. 무언가를 외우고 시간을 투자한 만큼 나오는 게 아니라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능하거든요. 그럼에도 얼마나 오래 앉아서 문제를 풀었느냐가 중요하죠.

 


Q 공부를 열심히 해도 점수가 잘 오르지 않아요.


수학은 한 번 길을 놓치면 돌아가기 힘든 과목 중에 하나에요. 국어나 영어는 순서를 달리 공부해도 되는데, 수학은 밑에 내용을 알아야 위에 내용을 알 수 있어요. 계단처럼 층층이 쌓아올리는 과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밑에 층이 부실하면 다 무너져요. 내가 어디가 부실한지 아는 게 결국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인거죠. 내가 분수를 몰라서 매번 틀린다면 분수를 다시 공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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