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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꿈이 자라는 집 - 사회적 기업 <선랩> 작성일 : 06.12(월)
written by Editor 전민서 photo by 김인철 hit:383

 

청춘들의 꿈이 자라는 집

사회적 기업 <선랩>

 

신림역 근처의 대학동에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청년들이 모여서 살고 있다. 공부와 취업이라는 목표를 가진 청년들은 이 동네에서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빼곡하게 들어선 고시원 건물들 사이로 청춘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시도를 한 이들을 만났다. 사회적 기업 <선랩>은 낡은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공유형 생활주택인 ‘쉐어어스’를 만들었고, 이러한 시도가 청년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단초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Written by 전민서 Photo by 김인철


쉐어어스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의 정체를 몰랐다면 카페라고 착각해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한쪽에는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아늑한 마루가 있고, 반대편에는 입주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방이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1층 라운지는 입주자들을 위한 공용 공간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주민들을 위한 카페로도 활용하고 있다. 따뜻한 커피 한잔 하기 좋은 소소한 공간의 구석구석에는 쉐어어스가 문을 연 이후로 거쳐 간 수많은 이들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의 꿈으로부터 시작된 공간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던 현승헌 대표는 어쩔 수 없이 자본에 이끌려 다녀야 하는 현실적 한계를 느끼고 점차 지쳐갈 때쯤 동료와 함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출발한 모두행복한생활공간연구소 선랩은 건축가들이 모인 집단으로, 그들이 일하면서 직접 문제를 느낀 부분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을 실제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상상 속의 공간을 실제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을 때, 무엇부터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거창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우리의 상황부터 돌아보게 되었죠. 건축하는 친구들은 대개 좋은 집들을 많이 보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사는 집들은 원룸, 고시원, 하숙집, 좋으면 오피스텔인 경우가 많아요. 그중 가장 열악한 곳이 고시원이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고시원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자연스레 내가 사는 공간부터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고시원은 처음부터 누가 의도적으로 만든 주거 형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주택이라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는 원룸과는 달리, 고시원은 독서실이라는 범주 안에서 최소한의 공간을 이용해 먹고 자고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기형적으로 발생한 공간을 공유형 생활주택으로 바꿈으로써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죠.”
이들은 낡은 고시원 건물을 임차해 새롭게 리모델링했고, 마침내 ‘쉐어어스’ 1호점으로 재탄생시켰다.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은 사람들이 서로 부딪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저희 사업 자체가 수익이 나는 형태는 아니에요. 건물주한테 임대를 받고, 다시 임대를 하는 방식이거든요. 임대료는 건물주한테 주는 돈과 공사할 때 투입된 돈에 의해 산정이 되기 때문에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공사비를 줄이든지 임대료가 싼 건물을 찾아야 해요. 그래서 2호점을 완성하고 3호점, 4호점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변형되는 부분은 있지만 단계적인 공용 공간은 가져가려고 합니다. 집 내부, 건물 내의 공용 공간, 또 밖의 사람들과 쓸 수 있는 공간의 3단계 형태로 만들고 있어요.”

 


 

작은 집들이 모여 큰 공동체를 만들다
쉐어어스 1호점이 문을 연 지 2년이 지난 지금, 이곳을 거쳐 간 사람은 약 100명이라고 한다. 한 번에 19명을 모집해 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고시생, 초기직장인 등이다. 나이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자연스럽게 학생 신분을 가지고 있거나 갓 졸업한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대학동 자체가 독립하고 서울살이를 하는 첫 동네의 개념이 많아요. 쉐어어스에 오는 분들을 보면 지방에서 올라오면서 기사를 보고 오는 친구들도 있고, 고시원인 줄 알고 들어 왔다가 바로 계약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부동산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인 홍보라인을 가지고 진행을 하는데 아직 공실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죠.”
쉽게 말하면 쉐어어스는 여러 쉐어하우스가 모여 있는 주택의 형태다. 각각의 유닛들이 한 집처럼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 모르는 두 명, 세 명의 사람들이 함께 지내게 된다. 한 유닛 안에서 모이는 공간들이 있고, 다른 유닛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공용 공간들이 단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유닛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살기 위해서 몇 명이 모여 살아야 할까’였어요. 한 공간에서 지내는 이웃과 우리 건물 안에 사는 이웃은 아무래도 그 관계가 다르겠죠. 방 안에서 관계를 맺기 시작해야 또 건물 안에서 관계를 맺기 쉽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구성해 놓았어요. 한 건물이라도 19명이 살다 보면 다 친해질 수가 없어요. 사실 다 알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필연적으로 알아야 하는 사람들을 설정한 것이고, 1+1유닛, 2인 유닛, 3인 유닛, 6인 유닛을 따로 두어서 관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6명이면 관계를 맺기 좀 많지 않을까 우려도 했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취업준비생’ 등 카테고리를 정해서 모으다 보니까 서로 관계를 잘 맺고 있어요.”

일상이 여행 같은 설렘을 가져다줄 것 같은 공간을 보고 있자니, 대학교 시절 쉐어하우스에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 집에 같은 학교 학생 세 명이 살았고, 전공과 나이는 모두 달랐지만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되었다. 주방과 화장실을 같이 쓰면서 서로 양보하고 배려했기에 가능했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 갈등이 생긴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쉐어어스에 사는 이들은 어떨까?
“퇴실할 때 간단한 메모형태의 불만 사항이나 생활할 때 느낀 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다만 같이 사용하다 보니까 소소하게 불편한 점들이 생기기는 하더라고요. 와이파이가 불안정한 경우를 가장 크게 꼽는데 최대한 개선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은 애초에 들어오질 않아요. 새로운 관계를 기대하고 들어오는 분들은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것 같아요. 저희한테는 불만을 숨기고 말 안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청춘동에 사는 사람들
현승헌 대표는 대학동 고시촌에서 쉐어어스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청춘동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상상 속 공간을 실제로 만들고자 했던 시도가 단지 시도로만 끝나지 않기를, 동네에 새 바람을 불어 일으키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다.
“한 달에 한 번은 입주자모임을 강제하고 있어요. 입주할 때 강제조건으로 한다고 해도 사실 모두 참여하기는 쉽지 않고, 평균적으로 50~60% 정도가 참여하고 있어요. 거의 시즌제로 운영이 돼서 처음에는 인사하는 시간을 갖고요. 다음부터는 쿠킹 클래스, 자투리 극장 등 같이 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가져와서 진행 중입니다. 입주자들뿐만 아니라 여기 동네 사람들도 같이할 수 있게 열어 놓고 있어요.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라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지만, ‘우리 동네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 이웃들이 인지할 때쯤이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모여 함께 생활하고 일상을 나누는 것, 기자가 평소 꿈꿔왔던 주거 생활의 모습이 이거다 싶었다. 기자가 어릴 때만 해도 엄마가 집에 안 계시면 옆집에 가서 기다리기도 하고, 여름이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살았다. 내 집만 좋다고 해서 살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많은 청춘이 오가는 대학동은 누구에게나 청춘이라는 시기가 지나가듯이 누구나 거쳐 갈 수 있는 동네인 셈이다. 선랩은 그 청춘의 시간이 너무 힘들지 않고, 즐겁게 추억되기 위해 동네 구석구석에도 동질감을 높일 요소들을 준비 중이다.
“여기 건물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변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도 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거리에 모두의 거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고시원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계단, 길가로 내던져 지잖아요. 방에서 나오면 거실이 있고, 현관을 나오면 마당이 있듯이 누구나 이용하는 거실을 생각하고 있어요. 1호점에 1층 카페가 있다면 2호점에는 옥상, 3호점에는 지하 공간을 계획하고 있고요. 4호점에 가면 규모가 더 커질 것 같아요.”
이들은 앞으로도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각각의 개성이 담긴 쉐어어스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그 고민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다.
“저도 비슷한 시기를 얼마 지나지 않은 사람으로서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고 싶었어요. 그 시기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데, 무조건 포기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생존할 권리처럼 포기하지 말고 주장하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찾기 위한 과정에서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고, 사회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죠. 하지만 요구가 있어야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거니까 좀 더 능동적으로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낡은 고시원 건물에 숨을 불어넣고, 아무도 관심 없던 ‘청춘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막막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터.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비용도 비용이지만 직접 공사도 하고 관리도 하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게 돼요. 그래도 저희가 생각한 의도를 가지고 생활하시는 모습을 볼 때 의미가 있죠. 건축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저희로서는 쉐어어스에 지내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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