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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부른다

작성일 : 13.06.01(토)

written by Editor 홍유진

cover story
바다가 부른다

Written by 홍유진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비정한 삶으로부터 상처받아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어느 날, 갑갑한 도시에서 벗어나 내키는 대로 달아났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유토피아. 바다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면서, 동시에 더 이상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단절된 벽 같은 곳이기도 하죠.

오랜 연애에 실패하고, 취업마저도 안 돼 막막하던 스물넷의 내가 막연하게 도달하고 싶은 곳도 그래서 바다였습니다. 최대한 내가 있던 곳과 멀고, 태평양과는 가까운 남해바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동시에 어디도 갈 데가 없던, 방황하던 청춘은 무작정 밤기차를 타고 여수로 떠났답니다. 그것도 입석으로.

나름 우수와 낭만이 함께할 거라 생각했던 혼자만의 여행은 시작부터 처참하게 깨지더군요. 겨울이었고, 그래서 추웠습니다. 책을 깔고 출입문 앞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새벽녘 내내 떨었죠. 여수역에 도착해 밖에 나오니 새벽 4시 반. 무작정 떠나온 이가 생전 처음 와본 도시에 갈 곳이 있을 리 없죠. 밖은 너무 어둡고, 추웠으며 배고프고 졸리고 피곤하기까지 했습니다. 새벽의 돌산대교도 나쁘진 않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돌산대교 초입에 서자 깊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12월 겨울바다의 칼바람은 실연의 상처를 안은 채 홀로 다리 위에 서 있는 위태로운 스물네 살 여자애라고 봐주는 법이 없었으니까요. 그쯤 되니 화려한 조명을 바라보며 여수밤바다의 우수를 즐기기는 개뿔, ‘이 놈의 다리 건너고 만다’는 오기로 파카의 옷깃을 여미게 되더군요. 맹세하는데, 슬퍼서가 아니라 춥고 짜증나서 눈물이 났어요.

그렇게 향일암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마음뿐만 아니라 육체도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었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계단을 올라 절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니 그제야 여수앞바다가 제대로 보이더군요. 에메랄드빛의 바다는 아침 햇빛을 받아 눈부셨습니다. 푸른 하늘의 흰 구름은 손에 닿을 것처럼 가까이에 내려왔고요. 맹세하는데, 외로워서가 아니라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어요.
여행이 즐거웠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를 괴롭히던 수많은 기억과 고통은 여수에 있는 동안 깡그리 다 사라졌더랬습니다. 새벽 네 시에 낯선 기차역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나, 돌산대교 위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이를 부득부득 가는 나, 아름다운 일출을 보면서 잠에 취해 눈을 못 뜨던 나. 갑갑한 현실은 모두 희미하게 사라지고 그런 나 자신만 온전히 남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비로소 희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림 설휘 作 <희망-뜬구름잡기> 65.1x50.5cm, Acrylic on canvas mixed media, 2012

역량, 자녀 성공의 핵심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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