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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당신

작성일 : 15.02.04(수)

written by Editor 이소영

참 좋은 당신
Written by 이소영

얼마 전 우리의 14주년 결혼기념일이 지나갔지요. 뭐가 그리 바쁜지 일상에 쫓겨 카드 한 장 못쓴 내가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조금 부끄럽네요.

돌이켜보면 난 첫 딸이자 첫 손녀의 특권을 맘껏 누리며 살아 왔어요. 그 시대에도 남아선호사상이 다 뭔지 싶을 정도로 사랑만 받고 자라서 당신의 배려도 언제나 늘 당연시 여긴 것 같아요. 처녀시절 나의 이상형은 나와 눈을 맞추고 따뜻하게 대화를 나누는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답니다. 대개 보수적인 한국 남자들 틈에서 이 같은 사람을 찾기란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운명처럼 당신이 나타난 게 아직도 꿈만 같아요.

신혼초기에는 맞벌이를 하면서도 주말마다 틈틈이 문화생활을 즐겨서인지 연애에 가까운 결혼생활을 하던 기억이 나네요. 첫 아이 임신 후에는 휴직을 하게 된 것이 내심 아쉽기도 했어요. 하지만 워킹맘이셨던 엄마를 떠올리며 온전한 전업주부로 지내보자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내 아이의 성장과정을 오롯이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었던 게지요.

당신은 여자들의 사회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심지어 외조에도 늘 적극적이어서 항상 고맙고 든든하답니다. 자아가 강한 편이고 성향 상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육아에 대해 무지했던 나와 달리 언제나 섬세하게 아이들을 돌봐줘서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특히 아기의 목욕을 두려워하던 나였는데, 당신은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점심시간마다 집에 들러 아이를 함께 목욕시켜 주었지요. 그 따뜻한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

사교육의 도움 없이 두 아이를 키운답시고 가끔 힘에 부쳐 짜증내고 화풀이를 하는 내 곁에서도 나무라기보다는 소신을 지키는 엄마라고 위로하며 토닥여 준 당신이지요.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주말마다 항상 대청소를 함께 해주는 한결 같은 당신을 보면서 부쩍 결혼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큰 아이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네요. 우리는 여태껏 그래왔듯 우리들 생활에 대해 끊임없이 의논하는 부부로 나아갑시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나에게 때로는 냉철한 조언으로 중심을 잡아줘서 늘 고맙고, 언제까지나 서로를 아끼며 최고의 친구로 남길 바랍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수업의 중심에 서는 그날까지 - 김지영 과천문원중학교 수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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