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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적

작성일 : 15.02.02(월)

written by Editor 이수정

12월의 기적
Written by 이수정

지금처럼 메일로 근황을 주고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던 그 시절. 예쁜 종이에 정성스럽게 손 글씨를 써 보낸 편지가 생각납니다. 오래전 당신이 나에게, 내가 당신에게 보낸 추억을 들춰 보았습니다.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며 오래 전 그날의 설렘을 가져와 편지를 씁니다.

밀레니엄 시대를 기다리던 바쁜 연말, 눈이 펑펑 오는 크리스마스의 만남을 시작으로 15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우리네요. 그 사이 맞이한 가장 큰 변화는 우리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태어나 어느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지요. 며칠 전 아이의 취학통지서 앞에서 당신은 내게 뿌듯하냐고 물었지요. 그 말에 제 가슴은 왠지 모를 먹먹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어떻게 학교를 보내지? 아이의 교우관계는 좋을까? 장난이 심해서 선생님께 꾸중을 듣거나 다치면 어쩌지……. 뿌듯한 마음 한 켠에서는 엄마의 끝없는 걱정이 생겨나기 시작하더군요.

아이가 커갈수록 우리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을 해봅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는 우리가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질문을 던져 매번 당황스럽게 만들곤 하지요. 과연 우리 부부가 현명하게 육아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요즘 나는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맞이하게 될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디지털화 되는 시대에서 우리 아이가 이따금씩 추억을 되새기는 가슴 따뜻한 사회인으로 커나가길 바랍니다. 훗날 사춘기의 방황 속에서도 우리가 남긴 아름다운 추억과 자신의 순수했던 모습을 보며 성장통을 견뎌냈으면 해요. 마침내 아이가 당당한 사회인으로 첫 걸음을 내딛을 때 그 뒤에 선 우리를 보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에 아이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지요. 그 무게를 당신도 알고 있기에 오늘 하루도 힘을 내 달리고 있을 테고요.

힘차게 시작한 올해 초, 당신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을 때 아이와 나는 당신의 건강회복만을 바랐습니다. 많이 호전된 지금도 쉽사리 긴장을 놓을 수 없네요. 그러나 내가 의지하는, 사랑하는 내 아이의 아빠가 겪은 아픔 또한 가족이 함께 이겨내고 나니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더군요. 앞으로도 함께 발을 맞춰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우리 가족이 되기를 바랍니다.

매해 12월이면 당신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설레는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참 좋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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