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의 비밀 I

 

선물상자 같은학교

 

 

일찍이 교사를 교사답게 만들어준 환경 덕분일까.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불안한 교권은 찾아볼 수 없다.

학생도 비로소 교사를 온전히 믿고 제 미래를 함께 의논해나가는 풍경이 퍽 반가웠다.

자사고 전환 7년차, 가장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룬 한대부고의 비결은 개교부터 지켜온 ‘기본’에 대한 충실함이었다.

그들의 기본은 늘 ‘학생’을 향해 있었다.
Written by 윤혜은  Photo by 송인호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익숙한 듯 낯선 평범한 듯 반짝이는 학교
자사고 1기로 전환에 성공해 어느덧 7년차에 접어든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전환 당시 12개 학교 중 입시 경쟁률 7위에 불과했던 한대부고는 어느새 서울지역 24개의 자사고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주변 자사고들로부터 컨설팅 요청이 들어올 정도라고. 최은혜 교감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사실 우리 학교는 오랜 역사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어요. 때문인지 다른 자사고들과 비교했을 때 더 극적인 효과를 낸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러나 우리 학교는 지역의 경제적인 형편에 따른 교육 수준의 한계가 있었을 뿐이지, 예전부터 지금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학교를 운영해오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학교’라는 콘셉트로 자사고 전환에 도전했지만 이미 그런 환경이 상당부분 조성돼 있었죠. 비로소 제 주인들을 만나가고 있는 것뿐이에요.” 김상욱 입학관리부장은 한대부고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여한 대표 프로그램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게끔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꼽았다. “중학생들에게 우리 학교의 대표 프로그램을 늘어놓는 것은 무의미해 보일 수 있어요.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채워나가는 프로그램이 왜 개발되었고, 어떻게 개발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더 중요하죠. 우리 학교에는 3명의 진학컨설턴트 전문가가 정규직으로 상주하면서 진로수업 외에는 오직 진학지도에만 매진하고 있어요. 이밖에도 4명의 자습감독도 고용하고 있죠. 자습감독 선생님은 오후 3시 이후에 출근을 하기 때문에 12명의 담임교사들에게는 그만큼 수업에 대한 보완과 특별 프로그램을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 셈이에요. 그렇지만 자사고 운영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아무리 ‘저녁 있는 삶을 사시라’라고 말씀 드려도 각자 열정들이 대단하세요. 모든 교사가 1인 1경시대회 준비를 맡을 정도로 학생들의 수준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답니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은 물리적인 공간에서도 드러난다. 1,200명 남짓한 전교생 모두에게 1인 1좌석의 자습실을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규수업이 이뤄지는 시간에는 비어두게 되는 공간인데도 기꺼이 학생들을 위한 건물 하나를 내어준 셈이다. 최은혜 교감은 적어도 자리가 부족해서 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고 싶다면 이정도 스케일(?)은 갖춰야 하는 걸까. 한대부고는 학생들에게 노력을 강요하기에 앞서 학교가 먼저 성의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같은 적극적인 교풍이 만들어낸 결과가 궁금했다.

 

“흔히 말하는 ‘스카이’ 대학의 합격자 수를 비교해보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다소 줄어들었어요.

최상위권 학교의 경우 매년 학생들의 지원성향에 따라 합격자 배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상위권 11개 대학으로 보면 60명 가까이 늘면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어요.

 억지로 서울대 합격자 수를 올리려다보면 오히려 중상위층이 텅 비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우리는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에 더 집중했다고 보시면 돼요.

 사실 자사고도 지역적인 위치에 따라서 조금씩 수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한대부고는 그렇게 유리하지 않은 조건임에도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