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의 비밀 II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무겁게 IT 인재 육성의 산실

선 린 인 터 넷 고 등 학 교

 

 

118년의 전통을 가진 선린인터넷고등학교는 부모 세대들에게는 ‘선린상업고등학교’로 더욱 유명하다. 그만큼 2001년 특성화고로 거듭난 이 학교에 대한 편견을 무시할 순 없을 테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을 것 같은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인 곳, 대학 진학과는 거리가 멀 것만 같은 이 학교가 실제로는 매년 명문대 합격생들을 배출하는 것도 모자라, 명문대 졸업생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대기업, 공사, IT 기업에 진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Written by 김민정  Photo by 송인호  

 

 

 

선린인터넷고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정말 공부를 잘하던 사촌동생이 어느 날 문득 선린인터넷고에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부모님을 놀라게 한 일이다. ‘외고에 갈 실력인데 선린인터넷고를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전혀 놀랍지 않은 것도 그래서였다. 해킹대회에서 수상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영화제에 출품할 영상을 만드는 고등학생이라니, 학교생활이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좋은 대학에 합격해야 하는 이유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면 선린인터넷고 학생들은 사회가 바라는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한 셈이다.

 

실력이 담보가 된 자유가 눈부신 이유
정문을 들어서며 갸우뚱 했다. 분명 고등학교인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마침내 한 자리에 모인 학생들을 보면서 또 한 번 갸우뚱 했다. 예쁘게 염색한 학생, 반바지를 입은 학생, 머리 길이도 색깔도 교복도 그들의 생각만큼 참 자유로웠다. 100년이 넘는 전통의 학교이자 서울시 최초의 특성화고에 ‘넘치는 자유’라니,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지만 김재순 선린인터넷고 교감의 한 마디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창의성은 허용하는 곳에서 나온다. 우리 교사들의 기본 방침이 그렇습니다. 흔히 고등학생 하면 머리 모양은 이렇게, 교복은 저렇게 규정되지만 우리 학교는 다릅니다. 사관학교식 규제, 틀에 박힌 교육과정이 아닌 자율 속에서 창의성을 키워주고 있지요. 신기한 건 자율성 안에도 학생들 스스로의 규칙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누구나 자율적이지만 모두가 특별히 규제에서 벗어나지 않죠.”

 

편견의 무서움을 새삼 느끼며 그제야 학생들의 진짜 얼굴을 오롯이 마주한다. 선린인터넷고 입학생들은 자기 분야에서 ‘마니아’들이라 실력이 상당하다.  그만큼 자기주장을 가지고 들어온 학생들이라 배우고 싶은 게 확실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때에는 무섭게 열중한다고. 학생들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있는 교사들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교사와 학생 간에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셈이다. 학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끌어올려주는 활동으로 교사와 학생 모두 동아리 활동을 꼽는다. 자율성을 바탕에 둔 교육을 전제로 학생자치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동아리의 전통도 깊고 수준도 높은 만큼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전문적 영역에 대한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멘토-멘티식으로 운영되는데, 전문교과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만큼, 아니 수업보다 더 도움이 된다고 해요(웃음).” 그렇다고 전문교과에만 치우친 것은 아니다. 보통교과, 전문교과, 비교과 영역의 고른 향상을 통해 자율성과 예술성, 리더십을 배양하는 교육과정을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특성화고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많은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을 보아왔지만 이들만큼 개성 있고 자신감에 찬 학생을 본 적이 없다. 인터뷰를 마치며 하고 싶은 게 분명한 학생들이 모여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학교, 좋은 성적과 입시, 취업의 결과가 자연스레 뒤따르는 이상적인 학교가 우리 사회에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 기능인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CEO를 양성하는 거예요. 학생들이 미래의 지도자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학교, 유명한 학교, 위대한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흐름, 유행에 따르기보다는 우리 나름의 특별한 차이를 만들어가는 학교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선린인터넷고 입시를 말하다
특성화고인 선린인터넷고등학교는 학생의 특기적성과 창의성,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는 특별전형과 중학교 내신 성적으로만 선발하는 일반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일반전형은 중학교 내신 성적을 기반으로 선발하고 특별전형은 1단계 서류평가로 1.5배수를 가린 뒤 2단계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별한다.

특별전형은 미래인재 특별전형과 가업승계자 특별전형, 본교 특별교육과정 이수자 특별전형으로 나뉘는데, 선린인터넷고의 4개 학과(정보통신과·웹운영과·테크노경영과·멀티미디어과) 중 한 학과만 지원 가능하다. 반면, 일반전형은 4지망 학과까지 지원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선린인터넷고는 일반전형의 내신 성적 커트라인이 높은 학교로 유명하다.

한일환 교무부장은 “학과별 커트라인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평균 내신 성적 15% 내외의 학생들이 지원 및 합격하고 있다”며 “작년의 경우 전체 커트라인이 20% 내외였으니 이를 참고하면 올해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입시 성과 선린인터넷고는 특성화고답게 취업과 진학 모두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졸업생의 경우 46%인 132명이 대학에 진학했고, 75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고려대 8명, 한양대 11명 합격을 비롯해 다수의 학생들을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시키는 등 일반고 못지않게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  

 

★ 졸업 후 진로 선린인터넷고의 진가는 졸업생 취업 현황에서 두드러진다. 한국은행, 한국전력공사, 금융감독원, KT, 넥슨, 마이다스아이티 등 명문대 졸업생도 취업이 어렵다는 대기업, 공사, IT 기업에 진출하고 있다. 선린인터넷고가 취업으로 눈을 돌린 건 근 3~4년. 그동안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달려왔지만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일찌감치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연실 홍보부장은 “선린인터넷고 학생들은 IT 분야를 목표로 취업과 진학, 혹은 재직자 특별전형을 활용한 ‘선취업 후취학’, 창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을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며 “워낙 중학생 때부터 쟁쟁한 실력과 성적을 두루 갖춘 학생들이라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