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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부수기 두렵다면, 문을 열어라!

작성일 : 13.01.13(일)

written by Editor 한자현photo by 백기광

PEOPLE / 강사를 말하다
벽을 부수기 두렵다면, 문을 열어라!

‘수포자’, 즉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수포자의, 수포자에 의한, 수포자를 위한 삶을 선택한 표동광 강사.
어떤 장애물도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다.
Written by 한자현 Photo by 백기광

몇 달 전, 한 교육정책 연구소에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목별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가장 싫어하는 과목으로 수학이 꼽혔다. 그리 놀라운 결과도 아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수학 시간에는 반 이상이 엎드려 자고 있을 테니. 최근에는 특정과목 한 가지만 잘 해도 대입에 성공하는 사례도 많아 학생들은 수학을 당연하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외울 공식도 많고, 어렵고, 무엇보다 사회에 나와서 쓸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학을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하죠. 수학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유혹은 지금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요. 하지만 수학이 없다면 우리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실제로 수학을 많이 쓰고 있으면서도 인지를 잘 못하고 있어요.”

마트에서 장 볼 때, 운전할 때, 버스를 기다릴 때, 운동할 때, 심지어 합리적인 생각을 할 때에도 수학이 사용된다고 말하는 표동광 강사. 그의 삶에 녹아있는 수학 인생사를 들어봤다.

‘수학쟁이’는 남달랐다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고 정답을 구했을 때의 통쾌함. 표동광 강사가 수학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다.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뒤에도 과외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며 꾸준히 수학 공부를 했다. 다른 대학생들도 흔하게 하는 과외 아르바이트였지만, 표 강사는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고 싶어 다른 강사들의 강의를 들으며 수학 역사, 그와 관련된 배경지식까지 따로 공부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문제 너머에 있는 것까지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수험생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입장으로 공부했죠.”

그의 몸속에는 교육자로서의 피가 뜨겁게 흐르고 있었지만, 진로를 결정할 때에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주변의 만류, 사회적으로 불리한 여건, 불안한 미래…. 과연 내가 괴롭지 않게, 보람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답은 쉽게 나왔다.

“학생들은 앞으로의 인생이 좌우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거잖아요. 그 시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더라고요. 그들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강사를 평생 직업으로 결정했죠.”

강사가 되면 행복하게 가르칠 일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수학을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쓸어야 했다. 수학 과목 특성상 부족한 기초를 채우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점수의 변화가 없는데, 많은 학생들이 이에 박탈감을 느꼈고 급기야 수학을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표 강사는 그들을 포기하지 않고 선생님으로서 믿음을 심어주었다.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지 않도록 무리하게 숙제를 내거나 진도를 나가지 않고, 사전에 학생들과 약속한 만큼만 강의를 진행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도 늘 신중하게 선택했다.

“욕설이나 음담패설 등으로 지루해하는 학생들을 집중시키는 기법도 있지만, 저는 그런 강의는 지양하고 있어요. 학생들과 일대일로 가장 가까이 붙을 수 있는 존재는 학원 선생님이잖아요. 제 말이나 행동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작은 부분에서 신뢰가 쌓이고 나면 후에 학생들을 강하게 끌고 나갈 수 있게 되거든요.”

지금은 빈 구멍을 채우고 있는 과정이다, 조금 더 노력하면 결과가 좋게 나올 것이다, 수학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앞으로 너희들 삶에 큰 도움이 될 거다 등등. 수학 점수 때문에 상실감에 빠졌던 학생들은 그의 말을 믿고 용기와 인내를 얻었다. 덕분에 기말고사에서 40점이나 오른 학생도 있다. 점수의 큰 변화가 없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꾸준히 공부하려고 하는 모습만 봐도 그는 강사로서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