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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평생 공부해야 하는 우리 당신과 나 사이, ‘배우자!’ 이 병 준 상 담 학 박 사 작성일 : 16.08.12(금)
written by Editor 윤혜은photo by 조은선 hit:2933
만나고픈 사람

 

서로를 평생 공부해야 하는 우리 당신과 나 사이, ‘배우자!’

이 병 준 상 담 학 박 사

 

 

 

“ 가정마다 불거지는 문제는 천차만별이지만, 모든 가정 문제의 밑바닥에는 미처 해결되지 않은 부부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이 둘 사이를 외면하고서는 다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데, 파고들 수밖에 없었죠.” 심리학을 전공한 이병준 상담학박사가 ‘부부관계’에 집중하게 된 계기다. 하지만 그도 결코 ‘완벽한 남편’은 아니라고 고백했다. 단지 나보다 조금 더 아프고, 조금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시작한 공부가 여기까지 와버린 것이다. 3,000여 쌍의 부부를 만나 2,000여 시간이 넘는 상담을 한 전문가도 때때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게 바로 부부사이다. 그러니 당신도 너무 외로워 말자. 괜한 심리서적은 이제 그만 덮어두고 이병준 박사의 조언을 들어볼 차례다.
Written by 윤혜은  Photo by 조은선

 

 

자녀교육, 부모교육보다 중요한 부부교육
가정폭력을 행사하면 가해자는 40시간 동안 의무상담을 받아야 한다. 구속 직전, 전과 보유 여부를 결정짓는 완충 장치인 셈이다.

그리고 이병준 박사는 마치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다리 한 가운데에서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있었다.

그가 부부 사이의 숱한 갈등과 회복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현장의 끝’에서 위기의 가정과 마주한 덕(?)이 컸다.

하지만 폭력은 일종의 습관이지 않은가. 강단 아래에서 그를 기다리고, 서점에서 이 박사의 메시지에 밑줄을 긋는 이들과는 확실히 다른 얼굴을 한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교화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저는 이 집단과 7년 째 함께 하고 있어요. 처음에 만나면 표정도 살벌하고, 저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적대감 자체가 거대한 상태죠. 하지만 8~9주가 지나면 상당수가 순한 양으로 변해가요. 마치 제가 교주(?)가 된 것처럼 말이에요.

그동안 학교와 매체에서 보고 들은 건 전부 공자님 말씀 투성이었는데, 누구도 만져주지 않은 마음 한 구석에 제가 가닿은 거죠.

이건 제가 특별해서가 아니에요.

사실 우리나라에는 생명이나 정신에 위협을 느낄 만큼 위험에 처한 부부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요.

다만, 부부로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기 이전에 체득했어야 할 기본적인 부분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잦은 것뿐이죠. 그래서 저는 모든 부부들에게 상담과 치료에 앞서 제대로 된 ‘부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해요.” 부부관계의 틈을 바라보는 이병준 박사의 시선이 너무나도 태연해서, 덩달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하지만 기자는 아직도 결혼이라는 제도를, 그리고 부부 사이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이병준 박사는 기자의 토로를 위로하듯 자꾸만 문제의 크기를 줄여 나갔다. “기본적으로 상담이 필요한 부부가 있고, 치료가 필요한 부부가 있습니다.

후자가 지닌 상처가 훨씬 더 크기 마련인데 특히 이 경우, 결혼 전에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상처가 부부관계를 무너트리는 데에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깊은 치료와 오랜 시간이 필요하죠.

그런데 저희는 전자인 교육/상담에 보다 집중하고 있어요.

세상에는 충분히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고통 받고 있는 부부들이 훨씬 많으니까요.

저는 이것을 ‘주관적 문제의 크기’라고 말해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문제의 크기를 10으로 잡았을 때, 한 개인이 자신의 부부관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고통이 8~9정도 된다고 칩시다. 곧바로 별거나 이혼을 생각하는 수준이겠죠.

그런데 이를 객관적으로 치환시키면 1~2밖에 되지 않아요. 저는 이 차이를 알려드리고, 좁혀드리고 있는 거예요.

” 나만 힘들고 나만 아플 거라고 생각하는 나이는 지났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현재 자신이 느끼는 고통이 가장 괴롭기 마련이다.

이병준 박사의 홀가분한 말에 공감하지 못하는 내담자도 있지 않을까. 이 박사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명쾌했다.

“지금 30~40대 부모들은 그들이 받은 교육 수준이 상향평준화되었기 때문에 문제의 민낯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부는 극히 드물어요. 그런데도 다른 많은 상담소를 전전하다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죠.

심지어 이미 자기 분석까지 마친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그런데 왜 그들은 아직도 불행한 걸까요?

 개별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데, 통합적사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한 마디로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포함해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이 낮아진 거죠.”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부부 사용 설명서

머리는 똑똑하지만, 우리의 가슴은 여전히 어리기만 하다. 백 쌍의 부부에게는 백 가지, 아니 그 이상의 서로 다른 난제가 발생하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이병준 박사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여자와 남자는 다릅니다. 그냥 다른 게 아니라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제도화된 교육은 여자와 남자가 동일하다고 가르칩니다. 그렇게 믿고 막상 같이 살아보니 어떻던가요(웃음)?

여기서 중요한 건, 다름이 곧 불편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상대의 다름에 놀라 서로를 고치려고만 하는데요,

다름에 점 하나만 찍으면 ‘다룸’이 됩니다.

우리가 흔히 ‘그 사람 악기를 참 잘 다뤄’라고 말하듯 부부관계는 서로를 올바르게 다룸으로써 함께 노래를 만들어가야 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먼저 주체자가 능력이 있어야 하죠. 상대를 이용하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마세요.

그 말인즉슨, 당신은 누구보다 상대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마치 강연을 하듯 매끄럽게 인터뷰를 이어나가는 이병준 박사도 쉽게 단정 짓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당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대신에 그는 내담자로 하여금 생각을 달리할 수 있게끔 질문을 계속 던진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인터뷰 중간에도 줄곧 기자에게 ‘왜 그럴까요?’라며 물음표를 띄우던 터였다.

“현대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너무 크게 느끼고 있어요. 이를치유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행복감이’ 커야 하고, 이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해요. 즉,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하죠.

어떻게 보면 ‘지혜’와도 일맥상통하는 데요,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태도를 강요하는 건 어려운 이야기죠. 그래서 우리 삶에 질문이 필요한 거예요. 보통의 상담소에서는 내담자로부터 고민에 따른 질문을 받으면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저는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하지 않고 다른 질문으로 받아치면서 내담자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고 있어요.”

그는 첫마디만으로도 눈물을 쏟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회심의 일격을 받듯 옆구리가 아픈 질문보다, 그 짧은 한 마디를 찾지 못해 눈물샘을 키워나간 이들의 안부가 더 궁금했다.  

 

 

 

선택과 책임은 결혼의 특권이자 진짜 재미

이병준 박사는 슬하에 대학생 아들, 딸과 열여섯 귀염둥이 막내딸을 두고 있다.

부부관계 상담 전문가인 부모를 둔 자녀들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 기혼자의 입장에서 내담자가 아닌 자녀들에게 이병준 박사는 과연 자신 있게 결혼을 추천할 수 있을까?

그는 “분리된 남녀의 관점에서 보면 결혼만큼 피곤한 게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계’로 엮인 부부의 관점에서는 결혼을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결혼 밖의 세상은 인과론으로 답이 내려지고, 과학과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지요.

그런데 결혼은 ‘관계’로부터 완성되는 의식이거든요. 이 관계에는 역설이 따르기 마련인데, 바로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점이에요. 한 예로, 자신이 힘들게 차린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엄마의 모습을 들 수 있어요.

엄마가 차린 밥상에서 숟가락만 드는 아이들보다 여름철 불앞에서 땀을 흘리고 고생한 사람이 더 행복해지는 결과, 오직 관계 속에서만이 가능한 모습이죠.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가정교육, 관계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 자발적으로 가정교육과 관계교육을 탐구한 이병준 박사에게“박사님 부부도 부부싸움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으레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상상에 맡긴다”고 넘겼다.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란 이야기다.

하긴, 싸울 일이 있으면 무작정 참는 것보다 싸워야 하는 게 순리에 맞는 일이다.

“우리 부부의 장점은 둘 다 부부상담을 전공했기 때문에 둘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를 ‘문제’ 자체로만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걸 객관화 작업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남들보다 빨리 거칠 수 있는 거죠.

사실 부부싸움의 1차 관문은 문제로부터 생기는 ‘감정의 쓰레기’에요. 이게 정리가 되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대부분 이 감정을 버리지 못해 오랜 시간 헤매거든요. 결국 싸우는 과정에서 상처만 남게 되고요.

이러다보면 나중에는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도 까먹게 돼요(웃음). 그러니 감정이 너무 앞설 때에는 절대로 싸움을 진행해서는 안 돼요. 잠시 치워두거나, 문제해결 의지가 생겨날 때까지 둘 중 한 명이 문제를 보관하고 있는 것도 해결의 한 과정이랍니다.

물론 싸움이 마무리되는 시간과 그 수위를 조절하는 게 힘들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싸움도 의사소통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너무 ‘착한 대화’만 하려고 노력하지 마시고, 서로의 욕구를 인정하면서 ‘협상’하는 싸움을 시도해봤으면 좋겠어요.” <남편 사용설명서>, <아내 사용설명서>를 펴낸 이병준 박사. 젊은 시절 그의 화두는 우울이었다. 한때는 제 우울을 덜어주지 못하는 아내를 원망하는 날도 있었다고. 결국 오롯이 나 자신의 문제일 뿐이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고백했다.

이 박사는 쉰이 넘어가면서부터 지난날의 감정은 희석된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남편으로서는 ‘살면 살수록 썩을 놈’인 것 같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를 들은 아내의 답변으로 독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대신한다. “저는 마음으로 당신을 수없이 버렸습니다. 때론 내가 떠나기도 했고, 잠시 죽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결국 이렇게 겪어내고 이겨낼 날들이었구나 싶네요.

무엇보다 끝내 나 자신을 버리지 않은 걸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그녀는 “만약 당장 내 감정이 너무 버거운 분들도, 상대를 잘 몰라서 관계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뿐이니 스스로를 못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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