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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는다 작성일 : 16.10.26(수)
written by Editor 박왕근(폴수학학교 교장) hit:1340
STUDY COLUMN

 

수학교육 전문가의 교육 바로 보기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는다

 

 

‘공부해라’ 하루에도 수십 번 되뇌는 당신, 정작 언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 공부에도 최적기가 있다. 또한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부가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미래에는 대부분 무용지물이 돼 버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맹목적인 교육에 머무를 텐가.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 ‘진짜 공부’에 대해 수학교육전문가인 박왕근 교장이 입을 열었다. 그가 조언하는 어린 시절에 해야 할 진짜 교육은 무엇일까? -<편집자 주>
Written by 박왕근(폴수학학교 교장)  Editor 김민정

  

요즘 학생들 입장에서는 가장 괴롭지만 중요하게 생각되는 과 목인 수학과 영어, 코딩을 살펴보자. 우선 수학교육의 목표가 창의력과 사고력의 계발이라면, 영어는 의사소통능력의 함양 이다. 코딩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기 위한 절차 즉,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것이 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어와 수학 모두 시험이라는 현실적인 목표 앞에 본질 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수학은 ‘진도가 곧 사고력’이라는 엉터 리 등식으로 여전히 선행과 더불어 사고력과는 상관없는 유형 숙달 경쟁이 한창이고, 영어 역시 일찍부터 각종 불필요한 인 증시험 등에 매달리기도 한다. 코딩도 마찬가지다. 단순 컴퓨 터 언어 위주로 이미 상용화되거나 표준화된 알고리즘을 답습 하거나, 아니면 이미 누군가 만들어놓은 패키지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서 머물기도 한다. 이처럼 지금 교육의 현 장은 그 과목이 존재하는 목적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아있는 모습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수학의 강국 프랑스를 이긴 한국?
KBS의 <명견만리>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고1 학생들 학교 내신 시험지를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프랑스 고3 학생들에게 시 험을 치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평균적 으로 4문제 중에 한 문제 밖에 풀지 못했다. 학년을 2개나 낮춰 서 시험을 치렀는데도 형편없는 성적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우리나라에 비해서 정말 형편없이 수학을 못하는 나라일까? 전 세계에서 인구대비 가장 필즈상 수상자 가 많은 나라는 공교롭게도 프랑스다. 즉, 프랑스는 세계 최고의 수학자들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수학의 최고 강국이다. 반 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과학 분야의 노벨상은 물론, 필즈상 수 상자를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수학의 강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프랑스의 처참한 성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프랑스는 과정 중심의 논술형 시험으로 평가하고,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어야 하는 결과 중 심의 시험으로 평가받는다. 거꾸로 한국의 학생들이 프랑스의 과정 중심 논술형 시험을 본다면 처참한 성적을 받을 가능성 이 많다. 그렇다면 이렇게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방향의 교육 중 어느 교육이 더 우수한 것일지 이미 답은 나와 있다.

 

내신 대비=기출문제 풀이?
최근에 중학교는 절대평가화되면서 학업 부담이 경감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가 되어 버렸다. 성적 인플 레 현상으로 이제는 올 A등급이 아니면 특목고에 원서조차 내 기가 어려워지면서 특목고나 자사고를 생각하는 중상위권 이 상 학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실수하면 끝’이라는 인식 때문에 실수에 대한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20년 전만 해도 전교 1등이든 꼴지든 시험 대비를 일찍부터 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주일 전이나 2~3일 전부터 시험 대비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그러한 학 생들 사이에 우열이 가려졌다. 그러다가 절대평가 이전 시절까 지는 시험 대비를 보통 한 달 전부터 준비하는 상황으로 이어 졌고, 지금은 방학 때 선행학습을 나가고 학기 내내 시험 대비 에 올인하는 학생들이 급증하였다. 기출문제들을 많게는 100 개씩도 풀면서 훈련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교과 내용이나 시험 수준이 더 어려워졌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고등학교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때는 내신이 8등급인 학 생도 심심치 않게 명문대에 합격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기초 학력 저하로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속출하 면서 다시 기초학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고등 학생들 역시 내신에 올인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내신 대비로 500~1,000문제씩 푸는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대학이 진짜로 원하는 능력은
최근에 서울대 교수 26인이 쓴 <축적의 시간>을 보면 저성장의 덫에 걸린 한국의 현재 상황이 적나라하게 소개되어 있다. 지 금 우리가 직면한 절박한 문제는 선진국처럼 오랜 경험을 통한 축적의 경험도 없고, 중국처럼 방대한 내수시장을 통한 엄청난 시행착오 축적의 경험도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짧은 시간에 압축적인 고도성장을 위해 본질은 외면하 고 모방과 추격자 전략을 통한 경제성장에 치중하던 방식이 이 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제 진짜 필요한 인재는 오 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생긴 경험의 축적을 통해 사물의 본질 을 통찰하고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개념설계가 가능한 그러한 인재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교육은 어디서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개념설계가 가능한 선도적인 인재 양성이 국가적으로 시급한 상황이다. 다시 학교 현실로 돌아가 보자. 지금 고등학교 내신 대비는 마 치 초등학생이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구구단 1,000문제를 반 복해서 푸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고등학교를 가는데 구구단 1,000문제를 푸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이나 사회에 나가는데 지금처럼 고등학교 시험문제를 1,000문 제씩 푸는 일이 의미가 있을까? 물론 내신을 관리하고 수능을 봐야 하는 학생이라면 어쩔 수 없이 넘어야 되는 관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고등학 생을 선발하는데 누가 더 빨리 구구단을 풀 수 있는지를 테스 트해서 뽑는 것과 같다.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지금과 같은 내 신 시험과 수능이 미래형 인재를 평가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에 포항공대 입학담당관이 폴수학학교에 방문해서 설명회를 했을 때 다음과 같 은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 포항공대는 수능으로 학생을 뽑지 않습니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푸는 능력보다는 한 문제를 하루 종일 고민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합니다.’

 

과연 포항공대만 이런 능력을 요구할까? 실제로 직업의 세계에 서도 아주 짧은 시간에 빠르게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직 업은 거의 없다. 초단타 매매를 하는 트레이더들도 이제는 인공 지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빠르게 기사를 써야만 하는 스포츠 기자들도 이미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사람이 아닌 인공 지능이 순식간에 기사를 써서 포스팅하는 시대가 되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푸는 능력은 대체로 소뇌의 반사작 용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산 같은 경우 이미 익숙해진 후 에는 뇌의 반사작용에 의해 문제를 풀게 된다. 즉, 패턴을 익혀 서 문제풀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나라가 전후시대 산 업화될 때 필요한 능력이었다. 그러나 저출산과 4차 산업혁명 의 시대를 맞이하여 대학조차 문 닫을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 기상황 속에서 과거의 방식에만 국한해서 학생들을 뽑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대학의 속내이다.

 

이제 다시, 껍데기 말고 본질
앞으로 직업의 세계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적어도 오랫 동안 통찰해서 판단하는 직종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경영 을 하거나, 사람을 교육하거나, 기술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개 념설계를 하는 등의 업무를 하려면 아주 오랜 경험의 축적과 오랜 시간을 통해 얻어진 통찰력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 교육 도 껍데기는 사라지고 본질로 회귀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것이 어떤 뜻인지 와 닿지 않는다면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5÷ 를 생각해보자. 누구나 5÷ = 5× = 라고 계산해서 구 할 수 있다. 그러나 5를 로 나눈다는 것의 의미와 왜 역수를 곱하는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설명할 수 있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우리의 교육이 속도를 위해 의미를 포기하고 ‘역수를 취해 서 곱한다’는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왜 역수를 취해 곱하는지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 기억하는 학생들도 없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이 궁금한 학생들은 손해 를 본다. 왜 역수를 취하는지 시험에서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생각이 많은 학생들은 시험에서 필연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시험공부를 하다보면 원래 가졌던 호기심 은 퇴화되고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그런 반복 적인 공부에도 아직 뇌의 기능적 역량이 도달하지 못해 성적이 나오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는 점이다. 이런 학생은 자존감을 잃을 뿐더러 본질에 대한 통찰력이라도 있다면 고학년을 기대 할 수 있지만, 사실 이도 저도 아닌 학생들이 훨씬 많다. 즉, 성 적이 좋으나 나쁘나 생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필자가 어릴 때 공부하면서 가장 이상했던 것이 마이너스 곱하 기 마이너스가 왜 플러스가 되는가 하는 문제였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었던 시절이라 오직 주변의 선생님들에게 질문하 는 방법 이외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에 대 해 충분히 원하는 답변을 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었 다. 대신 주변에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의문을 나누고 대화했 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이런 질문을 하 는 학생들을 거의 만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우리 어른들의 책 임이다. 질문을 가질수록 시간은 지체되고 진도는 못나가고 시 험 성적은 일시적으로 하락하기 마련이다.

 

빠른 시간에 많은 문제 풀기 VS.
한 문제를 오래 고민하기 당신의 선택은

빠른 시간에 많은 문제를 푸는 능력과 한 문제를 오랫동안 고 민하는 역량은 그 기질과 뇌를 사용하는 방식이 너무나 달라 양쪽의 능력을 다 갖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수학을 정말 잘하는 수학자들 은 느리게 사고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즉, 빠르게 생각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수학자들은 구조에 집착한다. 오히 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서 순간적인 계산에 밝은 사람은 구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많은 위인 중에 난독증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일반인 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가 나름의 근거가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에디슨, 앤디 워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도 난 독증에 시달렸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읽기가 어렵기 때문에 뇌의 보상화 작용으로 오히려 깊이 있는 통찰력을 얻게 된 사 람들이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계산이 느리고 생각이 느리기 때문에 그 보상으로 깊이 있는 통찰력과 구조를 바라볼 수 있 는 시선이 트이고 유명한 수학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 역경의 역설인 셈이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본질을 추구하는 통찰력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통찰력을 포기하고 인공지능이 대신하 게 될 일시적인 기능의 훈련에 집착할 것인가? 전자는 당장 내 신 시험에서는 ‘일시적인 손해’를 보게 될 것이고, 후자는 중학 교 정도까지는 내신 시험에서 ‘일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통 찰력을 얻을수록 고학년이 되면 빛을 발하게 되겠지만 후자의 학생들은 상당수 수포자(수학포기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전자는 당장은 아주 좁은 비탈길을 헤매지만 나중에 넓은 탄 탄대로가 예상되고, 후자는 당장은 탄탄대로처럼 보이지만 나 중에는 좁고 험난한 길이 놓여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구나 전 자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어른들의 통찰 력과 용기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은 주류의 길인 후자의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길이 옳고 그 길밖에 없었다고 합리화한 다. 이제 우리에게는 이러한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나 진짜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반문하는 길밖에 없다. 당신 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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